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 (동리 목월문학관 방문기)

2020. 1. 12. 07:08블로그소개/이영섭편집장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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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신라 천년의 역사가 숨 쉬고 있는 경주는 꼭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불국사, 석굴암, 안압지, 첨성대, 김유신장군묘 등을 역사책에서만 보았는데 그 생생한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부산에 볼 일을 보고 오다 하루 일정으로 경주에 가게 되었고, 불국사를 관람하고 나오니, 천년 고찰 불국사가 있는 토암산 기슭에 ‘동리 목월 문학관’이 위치해 있었다. 두 분이 경주 태생이시고 경주를 대표할 시인이고 소설가이기에 그곳에 문학관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먼저 박목월 선생님 문학관의 들어서자 선생님의 흉상이 보이고 뒤로 너무도 낯익은 ‘나그네’ 시가 눈에 들어왔고, 선생님에 대한 연혁이 나와 있었다.

박목월 선생님의 나그네, 청노루, 윤사월 등의 시는 교교시절 교과서를 통해서도 너무도 익숙한 시이고 서툴게나마 암송을 하는 시이기도 하다.

1916년 출생해서 1978년에 유명을 달리 했던 시인은 청록파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청록파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처럼 그분의 시는 일제강점기를 살았지만, 암울하고 분노에 가득찬 저항적 시가 아닌 자연을 노래하고 향토색 짙은 따뜻하고 순수한 서정시로 가득하다.


청록파 시인으로는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이 있으며 그들은 1930년 말에서 1940년 초에 ‘문장’을 통해 문단에 나오셨다고 한다.

문학관에는 선생님의 육필 원고도 보이고, 박목월 선생님의 시집과 관련 서적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선생님이 보시던 성경책과 십자가도 있었으며, 선생님의 신앙 시 중에서 골라 유고신앙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이 가족과 후배들에 의해 발간되었다는 소개의 글도 있었다.

선생님의 서재, 책상, 연필, 만년필, 입으시던 검정 두루마기 등을 직접보니 시인 박목월 선생님에 더해서 인간 박목월 선생님이 느껴졌다.

대표적 시 나그네를 낭송하여 본다.
삿갓 모자 쓴 나그네가 저녁노을이 지는 고즈넉한 시골길을 홀연히 표표한 자유인으로 구름에 달 가듯이 걸어가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왔다.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선생님 작품인 심야커피, 갑사댕기, 기계장날, 4월의 노래 등도 글을 쓰기 위해 검색을 하다 접하게 되었고, 특히 이별의 노래는 유부남이었던 선생님이 대학교수라는 직업도 팽개치고 사랑했던 제자와 제주도에서 동거를 하며 짧은 사랑을 나누었으나 이별하면서 쓴 시이기에 애잖하기도 했고, 외도한 남편을 지혜롭게 대처해서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게 한 선생님 부인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아래 시는 김성태 작곡으로 노래로 불리워지기도 했는데 나에게도 너무 익숙한 노래였는데 이런 사연이 있는 시였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별의 노래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서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기울며는
밤이 오듯이
우리에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죄는 아니지만 수많은 금기와 도덕들은 선생님 사랑을 용납할 수 없어 눈 쌓인 밤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우는 고독한 선생님의 슬픔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했다.

다른이의 블러그를 보니 선생님 생가가 소개되고 있었다. 다음에 여유가 있는 경주 여행을 하게 되면 꼭 선생님의 숨결을 느낄수 있는 생가에 가보고 싶고, 선생님 같이 따뜻한 시를 나도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글쓴이 녹색주택 운영자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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