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웠다 오마로 워싱턴의 시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의 말을 남겨야 한다.

2022. 5. 25. 14:26블로그소개/이영섭편집장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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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아! 너와 함께 한 시간은 모두 눈부셨다.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의 말을 남겨야 한다.)
오마로 워싱턴의 시 ‘나는 배웠다.’중에서

카톡이나 문자로 모든 것들을 공유하는 요즘이다 보니 우체국의 정겨운 빨간 우체통은 구시대 유물이 되어 버렸고, 육필로 쓴 편지를 쓰지도 받지도 않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디지텰화된 세상에 살면서 편리에 길들여져 있지만, 좀 느리지만 아나로그적인 감상적 시절이 그리워지곤 한다.

직장동료였던 동생 위성이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 가끔 나에게 정겨운 육필편지를 써서 주거나, 내가 좋아하는 박완서 선생님의 신작이 나오면 책을 사서 그곳에 애정이 담긴 글을 써서 주곤 했었다. 그 편지 중에서 오마로 워싱턴의 시 ‘나는 배웠다’ 중에서 아래 내용이 특히 좋았다.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 놓아야 한다는 것을…
어느 한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9.11테러, 세월호 침몰로 죽음의 공포에 있던 이들이 가족과 나눈 마지막 문자와 통화 속 절규가 기억났다.
“제발 무사히 살아만 있어다오”
“그동안 못해 줘서 미안해.”
“사랑한다. 사랑한다.”


우리는 언제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 만남을 할지 모르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을 살아가니 후회하기 전에 사랑하는 동생 위성에게 사랑의 말을 남기기로 했다.

30대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딸 동인이만 바라보고 사느라 많이 외로웠을 위성에게
친정엄마의 길고 긴 병수발에도 최선을 다했던 효녀 위성에게 하나 뿐인 딸 동인이 가족을 이국땅에 보내고 허전할, 딸 바보 위성에게
늘 곁에 있는 이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주었던 매력 만땅 위성에게 편지를 쓴다.

“위성아!
지난 15년 직장 생활을 반추해 보면 행복한 순간에 너가 없는 날은 없었던 것 같아
널 통해서 난 배웠어.
당당함을… 좀 무모할 때도 있었지만 건강한 분노를…
“언니를 직장에서 만난건 행운이었고, 언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야.”하면서 늘 날 응원했고 내 얘기에 귀기울여 주었단다.

그래서 내가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조선왕조 이야기를 끝없이 얘기해도 잘도 들어 주었지.
그런데 난 늘 너에 잘못만을 지적했고, 너가 무엇을 하든 응원하지 못했던 날이 많았던 것 같아, 그런데도 넌 날 떠나지 않고 곁에 좋은 동생으로 늘 있어주어 고맙다.
너가 있어 내가 빛나고, 내가 있어 너가 돋보이는 환상의 짝궁이었어
우린-

별친들과 떠났던 10여년전 제주여행을 통해 여행의 백미는 좋은 여행지도 럭셔리한 호텔도 쇼핑도 아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함께 여행하고 싶은 사람 1위인 위성이 너는 명성에 걸맞게 우리 모두를 넘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셨었지.
7명이 똑같이 분홍겨울 잠옷을 입고, 너에 재롱잔치도 구경하고 귤로 한쪽 눈을 가리고 사진도 찍었었지.

선녀와 나뭇꾼 박물관에서는 추억의 교복을 입고 너는 모자도 삐딱하게 쓰고 불량학생처럼 다리도 떨고 교탁에 나가 웅변도 해서 우리를 포복졸도하게 했었단다.


주상절리대를 감상하면서 제주 너른 바다에서 제트보트를 타서도 우린 거칠 것 없이 웃어댔고 아름다웠고 거침없었던 20대로 돌아간 듯 행복했었는데 그 분위기를 만들어 낸것도 너였단다.

그리고, 너와 같이 퇴근하면서 걷던 단풍이 아름답던 보라매 공원길.
넌 언어에 마술사처럼 평범한 얘기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고, 때론 웃음이 감당이 안되어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 쉬게 하곤 했었지. 오순이는 한번 웃으면 그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눈물까지 찔끔거렸었단다.
퇴근길에 너와 내가 동네 꽈베기집 옆에 널부러진 신문지를 깔고 앉아 고소한 꽈베기와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진상동료들을 흉보며 하루에 피로를 날려보냈던 시간이 그립구나. 너와 손잡고 웃으며 걷던 동네 고삿길이 선하구나.


은교네 집 앞, 허름한 분식집에서 너와 은숙이랑 잔치국수와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던 햇살이 따스했던 어느 오후도 추억이 되었구나. 내가 퇴직을 하고 서울에서 광주로 이사오고 너는 옛 우리집 앞을 지나치지 못하고 그곳에 서서 내 이름을 불렀다지.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을 -
그말을 듣는데 가슴이 아리더구나
떠난 이보다 남은 이가 더 상실의 아픔을 겪는다고 하더라.

화제의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로 내 마음을 표현해 본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너와 함께한 시간은 모두 눈부셨다.”

위성이 퇴임때 이영섭이 그려준 꽃다발


늘 나에게, 주변 모두에게 웃음을 주었던, 달콤함을 늘 흘리고 다니던 너와 함께 한 시간은 모두 눈부셨다. 우리 늙어서 요양원가면 너가 가는 요양원 다들 따라가겠다고 했었어 그놈의 식을줄 모르는 인기-
그러나 너와 나 사이가 너무 멀구나.
보고싶다. 사랑한다. 나의 위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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