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과 낙인이론

2020. 2. 14. 06:00일상/녹색주택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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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대학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나에게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앎에 대한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신세계였다.

  50이 넘어 교양학과를 졸업하고 법대를 편입할까 말까를 고민했었다.
 ‘내가 이 나이에 써 먹을 것도 아닌데 이걸 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전에 다닌 교양학과는 말 그대로 교양에 관한 과목이라 흥미로운 과목이 많았지만 딱딱하고 어려운 법대과목을 감당할 수는 있을까?’ 하는 갈등을 거듭했지만 나는 도전했고 유급없이 2020년 2월 19일 드디어 법학사 학위를 받게 되었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3학년으로 편입해서 24과목이라는 법대 과목을 다 수료했음에 내 자신에게 상장을 주고 싶은 심정이다. 24과목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4학년 과목인 형사정책 중에서 낙인 이론에 관한 것이었다.


  1960년대 서구사회는 자유화와 낭만주의 바람이 불었고, 기존의 실증주의 범죄학의 보수성과 범죄인 자신에게 원인을 찾는 것을 비판하며, 범죄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에서 답을 찾는 비판 범죄학이 출현하게 되었다. 비판 범죄학의 등장에 기초가 된 것은 낙인이론이라고 한다. 최조의 범죄를 한 사람에 대해 사회, 특히 사법기관이 부여하는 ‘낙인’이 그 사람을 전문적인 범죄인으로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교재에서 예를 들었던 우연히 서점에서 책을 한 권 훔친 학생에 대한 예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이것은 일차적 일탈이라 하는데 서점주인이 책을 훔친 학생을 잡았고, 너무 화가 났지만 그가 평소 모범생이고 돈이 없어 저지른 일탈인 것을 알고 그에게 훈계하며 책을 선물해 주며 사태를 원만히 해결했을 때 그 학생은 문제없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게 되고 때론 그 따뜻함을 잊지 않고 그 역시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똑같은 상황이지만 위와는 정반대로 서점주인이 책을 훔진 학생을 경찰서에 넘기고 그동안 도둑맞은 다른 책값까지 손해배상을 하도록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그 학생은 소년원으로 보내졌을 때 그 학생은 사회에 대한 원한을 가지게 되고, 공식적인 형사사법기관의 낙인으로 주변인들도 그를 ‘범죄인’으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그 곳에서 다른 범죄인에게 범죄를 학습해서 사회에 나올 때 전문 범죄인이 되게 된다는 것이다.

  낙인이론을 배우면서 생각난 사람은 빅토르 위고의 유명한 작품 속 장발장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19세기 초이며 프랑스는 산업혁명으로 자본가와 노동자의 빈부격차가 심했던 시절이었다. 프랑스 라브리 지방의 가난한 노동자였던 장발장이 굶주림 속에 있던 조카를 위해 빵 한조각을 훔쳤을 뿐인데 가혹하게 5년형을 받고 감옥에 수감중 4번이나 탈옥을 시도하다 19년의 징역을 살고 출소했지만 다시금 죄를 짓게 되는 장발장에게 선정을 베푼 미리엘 신부님 때문에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너무도 마음 아픈 한 인간의 인생역정을 바라보며 그의 일차적 일탈에 가혹한 낙인과 사회구조가 그를 헤어나올 수 없는 범죄자의 삶을 살게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빅토르 위고 : 사진자료 출처 문화사를 움직인 100인백과사전    

  범죄자로 낙인 찍힌 이들이 출소 후 재 사회화 되지 못하고 범죄를 거듭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사회 환경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부담으로 다가 오는 사회적인 문제인 것이다.

  낙인이론을 공부하면서 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만이 정의를 바로 세우는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잘못에 대해 벌을 받았을 때 보다는 용서를 받았을 때 죄를 더 뉘우치게 되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 본 책을 훔친 학생을 범죄인으로 낙인 찍히지 않고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 수 있도록 한 서점주인, 선정을 베풀어 새사람이 되게 한 장발장의 미리엘 신부님과 같은 이들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인가 보다.

                                                         글쓴이    녹색주택 편집장 이영섭

제주도 상사화


                                         경주 석굴암 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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