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서약 ,훨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자, 가벼움으로~

2021. 8. 20. 06:40블로그소개/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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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주택 편집장 이영섭-
카톨릭교회 전 서울교구 교구장이셨던 정진석 추기경이 노환으로 2021년 4월 27일 향년 89세로 선종하셨다.
정진석 추기경은 1931년생으로 생전에 건강 악화 시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서명하셨으며, 2006년도에는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을 서약했고, 만약 나이로 인해 장기기증의 효과가 없다면 본인의 시신을 연구용으로 써줄 것을 청원하셨다는 아름다운 기사를 접했었다.
그런데 4월 27일 정진석 추기경님이 선종하셨고, 선종 직후 안구 적출 수술이 진행됐으며 기증된 안구는 카톨릭대학 서울성모병원 안센터에서 안질환 연구에 활용될 계획이라고 한다.
정 추기경님이 남긴 생명 나눔 정신에 많은 이들이 관심과 참여를 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이다.

유난히 시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시신을 화장을 하는 문화에서도 시신을 훼손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때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고, 각막이식을 받지 못해 어둠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도 화장을 하면 어차피 고온에서도 다 타지 못한 몇 개의 뼈만을 남기는데도 그들을 위한 장기기증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저조한 실정이라고 한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가고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이건만~
뇌사자란 살아있는 자도 사망한 자도 아닌 중간영역에 해당되는 사람이다, 뇌의 모든 기능이 정지되고 회복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며 수일 내에 죽게 되는 경우이다.
뇌사시 기증자 1명이 9명에게 생명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신장(콩팥), 간, 심장, 폐, 췌장, 췌도, 소장, 골수, 그리고 각막, 피부 등 이라고 한다.
그런데 각막이식은 반드시 사후에만 가능하고 사망 후 6시간 이내에 각막 적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장기기증자가 가장 적은 국가라고 한다. 뇌사자 장기기증 1위는 스페인으로 100명당 40명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장기기증을 서약을 했다 해도 사후 유족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2009년 보건복지부는 유족의 반대가 있다해도 기증이 이루어지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는 하나, 장기기증 의사가 있다면 건강했을 때 가족들에게 그 취지를 설명하고 원만히 뇌사 시 장기기증 서약을 하신 분의 생전 뜻에 따라 기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꼭 필요할 것 같다.

가까운 지인 중에 동생이 가족에게 신장이식을 받고 20여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건강이 악화되어서 다시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사람이 있다.
사람의 장기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신장이식 기증자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 멀고 환자 본인이나 가족에게는 너무 고통스러운 일로 보였다.
십 여년 전 딸과 함께 장기이식과 각막이식 서약을 했다.
‘어차피 한줌재로 돌아가는 인생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면 장기기증이나누군가에게 광명한 세상을 볼 수 았게 하는 각막이식을 해주는 것은 세상에 왔다간 것이 보람이요, 긍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취지를 설명했고, 기증을 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부디 반대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죽음과 너무 먼 젊은 시절, 천국을 믿고 사는 나에게 죽는다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았었다.
그런데 내 나이 50이 넘어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벽제 화장장에서 그 시신이 태워져 몇 개의 뼈만을 남기고 그 뼈가 쇠절구에 빻아지고 분쇄기에서 가루로 되어지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죽음이 공포로 다가왔다.
죽음을 생각하는 건 두렵다. 천국을 믿고 천국을 소망하며 살아가지만 연약한 육신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병이 드는 것도죽어 화장장 그 뜨거운 불 속에서 내 육신이 타 없어진다는 생각만으로도 무섭다.
그러나 장기기증이나 각막이식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에게 내가 장기기증, 각막이식을 해주어서 새 삶을 살 수 있게 한다면 죽음도 기쁘게 받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카톡으로 김훈 소설가님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작품의 한 대목을 친구가 보내 주었는데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고, 화장장에 다녀와서 김훈님이 삶의 무거움과 죽음의 가벼움을 생각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죽음은 날이 저물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자연현상이니 가볍게 죽어야겠구나.’ 생각한다고 하셨는데 ‘장기기증이나 각막이식은 광야와 같은 이 세상에서 슬프고 힘들었던 내 삶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가벼움으로 미련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버려라 훨훨
벗어 버려라 훨훨
탐욕도 성냄도
버려라 벗어라 훨훨훨
아아, 아아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라 하네
물같이 바람같이 살라 하네

훨훨훨 노래가사처럼 가벼움으로 이 세상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떠날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죽음조차 유정(有情)햐게 느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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