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7. 00:26ㆍ여행/남부지방
우리가족 여행기록
아내와 딸이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 다녀오면 여행문을 쓰기로 약속하였는데 시간이 좀 지나 후 이제 올려드립니다. 아내는 아직 여행문 쓸 여유가 없나 봅니다. 오래 전에 가족신문을 만든 적도 있었는데 블로그에 글쓰기는 부담이 되나봅니다. 저는 글쓰기를 하고 아내는 글짓기를 하기 때문에 글쓰기가 어렵다합니다. 직장생활 마감하면 그때 부터 글쓰기 시작한답니다. 이런 !
엄마와 함께 떠나는 백제 문화 탐방(딸이 쓴 여행기록문)
10월 23일 목요일.
( 탐방 코스 : 공산성 -> 무령왕릉 -> 국립공주박물관 -> 공주한옥마을 )
초등학교 시절에는 많은 학교들이 그렇듯이 역사가 긴 신라 문화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경주를 중심으로 견학했다. 그래서 인지 백제 문화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방탕한 ‘의자왕’과 ‘3000궁녀’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르고 있었다. 현재 일을 잠시 쉬고 있는데 엄마가 2박 3일로 공주, 부여를 중심으로 여행 겸해서 백제 문화 탐방을 제안했다.
여행 전 날, 배낭을 최대한 무겁지 않게 싸고 어릴 적 소풍을 앞두고 설렘에 잠들지 못했던 것처럼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여행에 차질이 없도록 미리 인터넷으로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공주로 오전 9시 25분에 떠나는 버스표를 예약했다. 인터넷에서 카드번호로 예약한 뒤, 터미널 매표기에 예약한 카드를 넣으면 30초도 안 걸려서 표를 받을 수 있다.
터미널까지 지하철을 이용해서 이동했는데 출근시간이라 지하철이 연착되는 바람에 버스를 놓칠 뻔 했지만,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살 수 있는 시간과 함께 출발 시간 1분을 남기고 버스에 탈 수 있었다. 부푼 마음을 품고 공주에 도착했다.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과거의 웅진)터미널이 협소한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과거 왕이 살았던 도시가 지금은 그저 작은 시골마을에 불과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터미널 한 코너에 ‘백제와 공주’ , ‘공주 10경’ , ‘무령왕릉’ , ‘국립공주박물관’ 등에 대한 관광안내 팜플렛이 가득했다. 문화재에 대한 설명과 위치, 대중교통안내, 입장료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공주 터미널에서 약 20분 정도 도보로 금강교를 이용해 금강을 건너면 ‘공산성’이 있다. ‘공산성’은 백제의 대표적인 고대 성곽으로 문주왕 원년(475년) 한강 유역에서 이곳으로 천도하여 성왕 16년(538년) 부여 (사비)로 옮길 때까지 5대 64년간 왕도를 지켰으며, 조선시대 선조, 인조 때에 대부분 현재와 같은 석성(石城)으로 개축되었다.
백제시대의 왕성(王城)으로 백제시대 뿐만 아니라 역사의 변천 속에서 각 시대 별로 유적이 산재해 있다. (금서루, 공북루, 쌍수 정, 동문루, 광복루, 명국삼장비, 진남루, 추정왕궁지, 임류각) 비단결 금강을 감아 휘도는 고풍스러운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1500년 전 고대왕국 대백제의 멋진 향취를 가슴속 깊이 느낄 수 있다. (인용 : HI-Touch Gongju-‘명승길’ 팜플렛)
금강을 건너기 전 보이는 ‘공산성’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장관이다. 기분 좋게 내리쬐는 볕과 아름다운 풍경에 신나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래 걷지 않아 ‘공산성’ 입구에 도착했다. ‘공산성’ 입장료는 어른 1,2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600원(단체 20명 이상: 어른 1,1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을 받는데, 이날은 일부 구간 성곽통제에 따라 입장료를 면제해서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초입에 알 수 없는 한문들이 적힌 열댓개의 비석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성 안은 걷기 좋게 길이 만들어져 있었고 나무들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와 흐드러지는 단풍에 몸과 눈이 호강했다. 고대에 있던 건물들은 소실된 것들 이 대부분이어서 빈 터에 설명만 덩그러니 있었다.
처음엔 생각 없이 ‘에이~ 볼 것도 없네.‘ 했지만, 설명을 읽고 나서는 과거에 왕궁이었던 곳이 소실되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언젠가는 우리가 사는 이 시대도 후세에 유적지가 되어 후손들에게 다양한 방법과 마음으로 읽혀지겠지?’하고 가볍게 보지 않으려 했고, 이 시대를 잘 살아서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국가를 넘겨줘야겠다는 야심찬 생각도 해보았다.
‘공산성’을 내려와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이 다양한 반찬이 나오는 한정식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정식 집 사장님께 ‘무령왕릉’ 위치를 여쭤보았는데, 도보로 이동 가능할 만큼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해서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걸었다. ‘무령왕릉’ 매표소 전에 ‘웅진 백제 역사관’이 있는데 공주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놓았다.
‘무령왕릉’은 송산리 고분군에 있는 7기의 무덤 중 한 기이다. 1971년에 발견된 이 왕릉은 고대 삼국시대 왕의 무덤 중 유일하게 내부에서 묘지석이 발견되어 백제 25대 왕인 ‘무령왕릉’임이 밝혀졌다. 총 유물은 4,600여점이고, 이 중에서 국보로 지정된 것도 12종 17점이다. ( 인용 : ‘공주 10경’ 팜플렛)
‘무령왕릉’의 입장료는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700원(단체 20명 이상: 어른 1,400원, 청소년 900원, 어린이 600원)이다. 입장하면 ‘송산리 고분군모형관’이 있는데, 이곳은 관람이 폐쇄된 무령왕릉 및 5,6호분을 정밀하게 재현한 모형으로 복원한 전시관이다.
왕릉의 내부를 정밀하게 재현해놓아서 진짜라고 착각할뻔했다. 왕릉의 내부 벽을 감싸고 있는 문양이 들어간 벽돌이 인상적이었는데,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었다. 왕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미니어처(miniature)로 만들어놓기도 했다. 또, 왕과 왕비의 베개, 금으로 만들어진 왕관 장식, 의복 등도 전시되어 있다. 이곳을 나오면 진짜 무령왕릉과 5,6분이 있는데, 문화재 보존을 위해 내부 관람은 폐쇄되어서 겉모습만 볼 수 있다. 온통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고, 왕릉답게 어마어마하게 넓고 크다.
‘국립공주박물관’으로 갈 수 있는 산책로가 왕릉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데, 조용한 오솔길 3번째 계단에 엄마와 단둘이 앉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데이트 할 수 있었다. 평소 엄마가 좋아하는 ‘이선희’씨의 ‘인연’이라는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불렀다.
언젠가 우리 엄마 없는 날, 미래에 내 딸과 함께 이 자리에 앉아 “딸아, 여기서 외할머니와 함께 ‘이선희’씨의 ‘인연’이라는 노래를 불렀단다. 엄마는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해서 그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때 세상이 끝난다고 해도 슬프지 않을 것 같았어.”라고 말하는 상상을 했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 눈가가 촉촉해졌다. 모순적이게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 슬픈 단어는 ‘엄마’이다. 엄마와 나에게 앞으로 주어진 시간들을, 살면서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엄마와 오순도순 이야기 꽃을 피우며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니 단풍이 만연한 가을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록, 빨강, 주황, 노랑…알록달록한 단풍나무들을 바라보며 사색에 빠졌다. 이제껏 추운 겨울을 이기고, 강한 비바람을 견뎌냈을 나무들, 자연의 순리대로 왔다가 돌아가는 우리네들의 삶과 닮아 있는 이 풍경이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삶은 한 때이기에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단풍나무들과 나란히 걷다 보니 ‘국립공주박물관’에 도착했다. 이곳은 백제 시대(웅진)의 문화를 주제로 하는 테마 박물관 이자 ‘무령왕릉’의 모든 출토품을 전시하는 역사문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실, 충청남도의 고대문화실, 기획전시실, 우리문화체험실, 야외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인용 : HI-Touch Gongju- ‘명승길’ 팜플렛)
먼저 무령왕릉실에는 ‘무령왕릉’ 발굴을 통해 출토된 문화재를 전시해놓았는데, ‘송산리 고분군모형관’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왕과 왕비의 베개, 금으로 만들어진 왕관 장식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어느 곳에 있는 것이 진짜인지 헷갈렸다. 아무래도 ‘국립공주박물관’에 있는 것이 진짜인 것 같다.
충청남도의 고대문화실에는 백제(웅진)시기를 전후한 이 지역의 주거, 무덤, 성곽, 교류 관련 자료를 전시해놓았다. 초입에 충청남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표로 정리해 놓아서 백제 문화를 공부하는데 도움되었다. 평소 게으르고 오래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하루 종일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체력이 방전되었다. 그래서 공주에서의 일정은 여기서 마치려고 했는데 출구로 나오면서 우연치 않게 ‘공주한옥마을’에 갈 수 있었다.
‘공주한옥마을’은 한국 전통난방인 구들장 체험이 가능한 시설로 설계되었고, 친환경 건축양식인 소나무, 삼나무 집성재를 사용하였다. 도시, 현대인들이 머물기에 편리하도록 설계된 신식 한옥으로, 가족여행, 수학여행, 기관, 단체의 워크숍 등이 가능하다. 2010년 9월 문을 열었으며, 6동/37인실의 단체동과 13동/26실의 개별동을 갖추었다. 부대시설로는 오토캠핑장 4대와 야외취사장 9곳, 다목적실이 있다. (인용 : HI-Touch Gongju- ‘찬란한 빛의 역사, 공주가 내게로 오다. ‘ 팜플렛)
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선조들의 멋과 혼이 담긴 한옥들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에서는 높은 빌딩과 성냥갑 같은 아파트들 사이에서 숨이 막힐 것 같았는데, 공기 좋은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전통적인 풍취에 취할 수 있어 행복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도시로 떠나는 것은 그 어떠한 것보다 짜릿한 것 같다. 이후에 일정은 엄마가 이어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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