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은 내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곳

2015. 8. 21. 00:15여행/남부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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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허락하면서 남편은 "여행기록문을 써 주는 조건이야."라고 말했고, 늘 글 한편 써 주지 못한 남편의 불로그에 내고향 전주 한옥마을의 이야기를 싣게 된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군복무를 마친 아들, 직장을 잠시 쉬게 된 딸아이와 추억 여행을 위해 선택한 곳은 전주 한옥마을이었다.
  전주 한옥마을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살았던 곳이었지만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나치기는 했지만, 고향을 떠나온 지 30여년이 지나서야 정식으로 고향 땅을 밟게 되어 너무도 마음이 설레었다.
  서울 집에서 나와 고속버스를 타고 전주에 도착하니 반가운 친구가 마중을 나와  늦은 점심으로 시래기 새우찜을 사주었고 우린 역시 음식은 전라도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예쁜 한옥마을에 숙소를 정하고 싶었지만 가격이 걱정이 되어 좀 덜 예쁜 한옥마을 근처에 게스트하우스를 정하고, 상전벽해가 되어버린 전주 한옥마을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알고보니 평일은 한옥마을도 6만원정도여서 만족할 만 했는데 지레 겁을 먹었다.)

  너무도 눈 익은 전동성당, 초등학교 6년을 다녔던 중앙초등학교, 경기전들은 그 자리 그곳에 있었지만 모든 집들은 너무도 단아하고 기품있는 한옥으로 재탄생되어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 딸과 그 길을 걸으며, “여기는 엄마가 학교 다니면서 걸어다니던 곳, 이곳은 엄마가 살던 마당 넓은 집이 있었던 곳이고, 이 길은 고무줄 놀이, 뜀박질을 하던 고삿길, 이곳은 엄마와 가장 친했던 초등학교 동창생 집이 있던 곳, 이곳은 엄마가 다니던 전주여상자리인데 이제 호텔이 들어서 버렸네.”를 연발하며 남다른 감회에 젖어 들었다. 


  한옥마을 전체가 게스트 하우스나, 예쁜 카페, 상점, 식당들로 즐비했지만 한옥이 이렇게 아름답고, 한옥의 정원이 이렇게 품위있는 지를 처음으로 체험했던 것 같다.
  예전에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인 초라한 한옥마을이 아닌 세계 누구에게 자랑을 해도 손색없는 한국의 멋을 간직한 내 고향이 된 것 같아 흐믓했다. 

  딸아이는 “ 엄마, 정말 한옥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가 다녀 본 여행지 중에서 제일 짱인 것 같아요. 친구들과 다시 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저녁엔 내 어린시절의 추억의 대부분에 함께 했던 친구와 친구 어머니를 30여년 만에 만났고, 이산가족 상봉처럼 반가움에 눈물이 나려했다. 
  ‘왜 이리 각박하게 쉼 없이 뒤 돌아볼 틈도 없이 숨가프게  살았을까’생각하며~~~
  게스트하우스에서 첫날밤은 숙면을 했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유명한 전동성당의 뜨락을 거닐었고, 성당 내부는 기도하는 분들이 계셔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모자이크 장식의 정교함이 아름다웠다.

  다음엔 오목대로 향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철도를 따라 가다 언덕에 오르면 오목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철도는 온데 간데 없고 큰 도로가 나 있었다. 내 아이들과 오목대에 오르면서 “이곳은 엄마가 늘 뛰어놀던 뒷동산이었어.”라고 얘기하며 오목대 위에서 바라본 한옥마을은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도록 다른 지역에서는 한번도 본 적 없는 기품있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경기전도 구경하고, 의미있게 나도 읽었던 책 10권의 대하소설을 쓴 ‘혼불’작가인 최명희 문학관도 관람을 하고 그 유명하다는 풍년제과 초코파이도 사고, 치즈를 듬뿍 뿌린 닭꼬치도 먹고, 색색 빙수도 먹고, 분위기 있는 찻집에 가서 대추차에 흑임자 팥빙수를 시켜놓고 찻집 마당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에 취해보기도 했다.


  

  어쩜 한옥에 있는 집들의 마당정원은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았지만, 그리도 정겹고 예쁘기만 한지 한옥에서 정말 살고 싶다는 바램을 가지게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옛 시청이 있던 곳으로 가서 비빔밥 명인의 집이라는 곳에 가서 먹은 전주 비빔밥은 맛은 상상이상은 아니었지만 너무도 정갈했고 사진에 담아서 보아도 좋았다.

  덕진에 연꽃을 보지 못하고 전주를 떠나는 것은 아쉬웠지만, 내가 살던 고향이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의 멋을 간직한 곳이 되었다는 자부심과 뿌듯함을 안고 떠나올 수 있어서 좋았고,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엄마의 지난 시간을 얘기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다시금 좀 더 여유있는 시간을 가지고 내 고향을 오게 된다면 한옥마을 뿐 아니라 전주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내 생애 가장 싱그럽고 젊었던 시절을 뒤돌아 보는  진정한 추억여행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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