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청보리밭, 메밀밭, 키작은 해바라기가 있는 10월의 어느 멋진날

2020. 10. 19. 22:54블로그소개/이영섭편집장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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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은 직장 동료였고, 별친들이란 모임의 같은 멤버이기도 한 미미의 세컨드 하우스가 있는 곳이다.
미미의 세컨드 하우스는 미미 신랑이 서울에서 홀로 귀향하여  텃밭에 쪽파도 심고, 마늘도 심고, 화분에는 블루베리도 자라고 뒤꼍에는 생강과 고추가 자라고, 커다란 솥단지가 두 개나 걸린 아궁이도 있다.

봄이면 빨간 앵두가 꽃처럼 피어나고, 가을이면 진홍빛 감이 익어가고, 작은 얼굴만 한 커다란 알밤이 쫘악 입을 벌리고 떨어지면 줍기만 하면 되고, 빛깔 고운 토종닭들이 넓은 우리에서 탐스럽게 자라 시도 때도 없이 꼬고댁을 외치는 평온이 감도는 아름다운 시골마을이다.

봄이면 빨간 앵두가 꽃처럼 피어나고
가을이면 밤이 익어가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미미는 쉬는 날이면 주말부부처럼 세컨드 하우스를 찾곤 한다. 퇴직 후 광주로 귀향하여 살고 있는 나는 광주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기도 해서 미미 덕에 미지의 고장이었던 고창을 알게 되었고 고창의 아름다움에 취해 버렸다. 고창 미미와 영광에서 살 계획인 오순이가 어서 퇴직해서 나와 가까운 곳에서 노후를 함께 보낼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곳은 너른 평야이고 산들이 가까이 없어 수많은 농작물들이 그늘 없이 따스한 햇빛을 충분히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지. 몇십만 평 농사를 지어야 농부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로 대농을 하는 분들이 많은 곡창지대였다. 고창은 ~

청보리 축제가 열린다는 청보리밭이 있었는데 광야에 펼쳐진 청보리밭
코스모스 같은 노란 꽃 군락지


2020년 벚꽃이 장관을 이루던 때 미미네 집에 처음 갔을 때 활짝 열린 대문을 향해 들어오는 풍광들은 탄성을 자아 나게 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청보리 축제가 열린다는 청보리밭이 있었는데 광야에 펼쳐진 청보리밭은 경이로웠다.
고창군에서 고창군을 알리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대단위 청보리밭을 본 것은 생애 처음이었고, 청보리밭도, 보리가 노랗게 익어 수확을 앞둔 보리밭도 인상적이었다.

보리를 수확하고 나서는 하얀 메밀꽃 , 코스모스 같은 노란 꽃 군락지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10월의 어느 날 고창에 온 미미 집을 방문해서 초보운전자인 미미차를 타고 가본 청보리밭이 있던 곳은 키 작은 노란 해바라기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해바라기 꽃밭을 배경으로 서있는 미루나무 그 위에 맑고 깨끗한 하늘색 하늘, 하얀 뭉게구름

해바라기는 해를 닮기도 했지만 해를 향해서 피는지 그 많은 꽃들이 한 방향을 향해서 피어 있었고, 애모, 일편단심, 숭배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10월, 해바라기 꽃밭을 배경으로 서있는 미루나무 그 위에 맑고 깨끗한 하늘색 하늘, 하얀 뭉게구름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게 아름다웠다.


여운이 오래 남았던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였던 그곳은 도깨비뿐 아니라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었던 곳이었다.
웰컴 투 동막골, 늑대소년, 협녀 칼의 기억, 7일의 왕비, 도리화가, 만남의 광장, 조선 마술사, 엽기적인 그녀, 도마뱀, 잘살아보세, 육룡이 나르샤, 엄마, 

녹두꽃, 조선총잡이, 짝패, 스물, 백일의 낭군님, 도둑놈 도둑님, 구미호, 신돈, 허브, 식객 등이 촬영되었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내가 본 드라마와 영화가 그중 족히 10편이나 되었지만 고창 청보리밭과 관련되었는지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였던 그곳은 도깨비뿐 아니라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었던 곳


끝없이 펼쳐진 광야에 똑같은 꽃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며 어우러져 피어 있는 풍경을 상상해보라.
아니 상상하지 말고 고창으로 오라.

그리고 감탄하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광대함을~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광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의 노래를 듣고 싶어 진다.
그곳에 서면~
나지막하게 불러본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

널 만난 세상 (키 작은 해바라기 밭) 더는 소원 없어 
다른 것을 바람은 죄가 될 것 같은 풍경들을 두 눈 가득 담아 가지고 왔다.
(바램이 아닌 바람이 표준어이고 바른 표현이라고 우리말 겨루기에서 말했었다.)

결혼식장에서 가끔 들었던 축가이기도 한 이 노랫말 중 가장 심금을 울렸던 가사는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 “였다.
다른 것을 바랄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이들을 많이 가지고도 얼마나 많은 다른 바람들을 가지고 산 것일까 나는~


봄이면 흐드러지게 벚꽃이 피어있는 벚꽃길이 있고, 청보리밭,, 황금빛 보리밭, 하얀 메밀꽃밭, 키 작은 해바라기, 노란 코스모스 가 차례차례 끝없이 펼쳐지는 들녘의 평온이 있는 고창으로 오라.
온갖 근심 걱정 내려놓고 자연의 품 안에 안겨보자.

욕심 없는 눈빛으로 나란히 서있는 미루나무를 배경으로 한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보자.
너른 들녘처럼 넓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소망의 씨앗을 하나 심어보자.
우리!

미미텃밭에서 자란 파로 담은 파김치
2020년 고창 미미집에서 별친들 모임


                                 (녹색주택 편집장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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