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미당 서정주님의 국화 옆에서 시 낭독

2020. 12. 2. 20:11블로그소개/이영섭편집장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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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 중에서도 '국화 옆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해서 자주 암송하는 시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소쩍새도 천둥도 울고, 무서리 내리고 잠 못 드는 밤을 지내야 하거늘 무언가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우리 인간들도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주는 시인 것 같다.

 

 

봄이면 지천으로 화사한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개나리, 진홍빛 진달래, 온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벚꽃, 수선화,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한 꽃분홍 살구꽃, 하얀 목련 등등

여름에는 신록이 무성하고 장미, 접시꽃, 일일초, 초롱꽃, 나팔꽃, 봉선화, 분꽃, 해바라기들이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가을엔 한들한들 코스모스, 보랏빛 도라지, 베고니아, 국화 등이 피어나는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인 것 같다.

 

꽃집을 하는 지인이 선물해 준 수많은 소국들이 모여 커다란 꽃다발이 된 화분 

 

그러나 11월의 끝자락에서 스산한 초겨울 날씨에도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피어있는 다양한 국화는 가을의 꽃 중에서도 최고인 것 같다.

국화는 전 세계적으로 200여 종류가 있다고 한다.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들국화, 뜰에서 가꾸는 재래종, 그리고 화분에 가꾸는 재배종이 있다고 한다. 하나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을 피우는 스프레이 국화, 하나의 꽃대에 하나의 꽃을 피우는 스탠더드 국화나 야생화인 구절초, 산국, 감국, 쑥부쟁이 등이 있다고 한다.

우리 집엔 꽃집을 하는 지인이 선물해 준 수많은 소국들이 모여 커다란 꽃다발이 된 화분이 두 개가 있는데 앞 설명에 의하면 스프레이 국화인 것 같다. 스프레이를 뿌린 듯 수많은 꽃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피어있다. 또한 어머님이 꺾꽂이해서 학독에 장식한 국화가 있는데, 꼭 커다란 수반에 꺾꽂이를 해 놓은 것 같이 운치가 느껴진다.

그러나 문득 서울 보라매 공원 지척에서 살면서 매일 공원으로 17여 년을 출퇴근을 하면서 본 조그만 포트에 담겨 따뜻한 온실에서 자란 수많은 색깔의 어여쁜 꽃들이 전문 조경사에 의해 단숨에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냈던 것이 생각난다. 꽃들이 시들기 전에 다른 꽃들이 심겨 늘 새로운 꽃들이 아름답게 공원을 수놓곤 했었다.

 

하나의 꽃대에 하나의 꽃을 피우는 스탠더드 국화 ( 고창 길거리에 전시해 놓은 국화꽃)

 

그 꽃들을 바라보며 탄성 자아내는 사람들은 완벽에 가까운 예쁜 꽃들로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화려하고 멋있는 정원만을 기억할 것이다.

‘그 꽃들 또한 천둥의 두려움이, 먹구름의 어두움이, 간밤 무서리의 추위가, 잠 못드는 밤의 번뇌가 무엇인지 알기는 할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알맞은 온도와 습도, 햇빛을 받으며 비바람도 무서리도 경험하지 못하는 대부분 온실 속에서 고이고이 자란 화초들이라면 서정주 님의 국화 옆에서의 꽃들은 아닐 것이다.

우리 집 국화 옆에서, 서정주 님의 시 ’ 국화 옆에서‘를 낭독해 본다.

국화 옆에서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내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어떤 이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천둥과 비바람 무서리를 홀로 견디며 피어나는 들국화를 바라보며 서정주 시인은 이 시를 썼을 것이다.

온갖 세상 풍파를 견디느라 거울 앞에 설 여유 조차 없었던 누님

그 누님이 노오란 국화꽃으로 피어나 거울 앞에서 미소 짓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그 누군가에게 ’ 힘내라 ‘ 응원이 필요할 때 나는 그에게 조용히 들려주고 싶다.

귀하고 소중한 것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주저앉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와도 견디고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느 날 선물처럼 너의 국화꽃도 소담스럽고 예쁘게 피어나는 것이라고-

(녹색주택 편집장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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