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택동과 참새, 참새와 어머니의 전쟁, 보리수확 꽝!!

2021. 6. 17. 00:41블로그소개/이영섭편집장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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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주택 편집장 이영섭 -

35년 전 전라도 광주로 시집와서 시어머니께서 겨울에 끓여주신 보리싹에 신김장김치 송송 넣어 끓인 된장국은 신세계였다. 보리된장국은 이전에는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것이었고, 내 맘속에 최고의 국이었다.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국을 17년간 먹다가, 아이들 교육을 위해 서울로 이사가서 겨울이면 마트에서, 시장에서 그 맛을 못잊어 보리싹을 찾아보지만 찾기 힘들었고, 광명시장까지 가서야 사오거나 가끔 어머니가 택배로 보내준 보리싹으로 못잊을 된장국을 끓이곤 했었다.

지금은 퇴직을 하고 어머니가 사는 시골에 내려와 전원생활을 한다. 어머니가 밭, 이곳 저곳에 조금씩 보리를 심으셨다.가족이 좋아하는 보릿국도 끓이고, 완두콩 심은 곳 사이 사이에 심어 지줏대 역할도 하기 위해서 심으셨다고 하는데 나중에 수확하면 보리 두어말은 족히 나오겠다면서 좋아 햐셨었다.

그런데 보리가 영글어 가니 참새들이 떼지어 몰려들어 수확을 앞둔 보리를 먹어 치우기 시작해서 농부인 어머니 얘를 태웠다.

참새와 허수아비에 관한 유머가 있다. 참새들이 허수아비를 보고 진짜 사람인지 허수아비인지 몰라 오랫동안 멀리서 관망을 했다고 한다. 여러 참새들이 분명히 사람같다.”며 먹이를 두고도 가까이 가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있게 한 참새가 말했다.

인간들은 시간만 나면 대부분 핸드폰을 보는데 한참을 지켜봐도 한번도 핸드폰을 안보는 것을 보니 사람 아니고 허수아비가 분명해. 나를 따라와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 지하철을 타보라. 모두가 핸드폰에 고개를 다 박고 있고, 집에서도 많은 사람이 유튜브가 텔레비전 보다 재미있는 것도 많이 하고, 핸드폰 하나로 공부도 하고. 뉴스도 보고. 사진찍고, 음악 듣고 만능이니 핸드폰이 우리 생활을 점령했으니 똑똑한 참새의 분석이 예리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웃었다.

참새가 먹고 남은 적은양의 보리수확

저렇게 참새가 다 먹으면 사람들은 보리농사를 어떻게 지어요?” 하고 어머니께 질문하니 많이 보리를 심은 집은 참새가 먹어도 남는게 훨씬 많으니까 농사를 짓는다고 하셨다.

또한 허수아비를 세우기도 하고, 옛날에는 아이들은 수확철이 되면 하루종일 참새 쫒기를 했다고 하셨다.

이번 일을 겪으며 중국의 문화대혁명, 대약진 운동 등을 전개했던 모택동이 생각났다.
모택동은 마오쩌뚱이라고도 하는데 1958년 농촌 부흥운동 격려차 모택동이 농촌 방문을 했는데 참새들이 너무 많은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중국인민들에게 농사의 적인 참새 21천마리 소탕령이 내려져서 참새가 거의 멸종하다 시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웬걸 그 이듬해 해충과 메뚜기, 온갖 벌레를 잡아먹는 참새가 없어지자 메뚜기 벼멸구등 해충이 창궐하고, 가뭄 태풍까지 겹쳐 중국인구 4천만 정도가 굶어 죽었다고 한다.

오래전에 펄벅에 대지라는 책도 읽었고, 영화도 보았다.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도 리얼하게 묘사되어 잊혀지지 않는 기억 속에 있는 대목은 드넓은 대지에 메뚜기 떼가 몰려오고 메뚜기떼가 지나간 곳은 폐허가 되는 대목이다.

곡식, 풀잎, 부드러운 나뭇가지까지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메뚜기를 상대로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여 싸우던 농민들의 모습, 떼로 몰려들면서 내던 메뚜기의 떼창이 공포로 남아있다.

이때가 모택동이 참새 소탕을 하던 시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교훈은 벼를 보리를 먹어치워 미운 참새도 하나님이 존재하게 하신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자연재해도 있었지만, 해충이나 곤충들을 잡아먹어야 하는 참새라는 먹이 사슬이 없어지면서 자연의 균형이 깨지고 중국인구 4천만가량이 굶어죽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참새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어머니에게 모택동과 참새 얘기를 해 드렸다.

어머니는 내년부터는 보리 안 심을란다. 그래 참새도 먹고 살아야겠지, 참새에게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할란다. 참새도 다 쓸모가 있다니 미운 마음이 많이 없어지는 구나.”하고 말씀하셨다.

참새들이 떼지어 몰려들어 수확을 앞둔 보리를 먹어 치우기 시작해서 농부인 어머니 얘를 태웠다 .

나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래도 겨울에 보리된장국을 끓여먹을 만큼에 보리는 심으셔야 해요. 서울에서 살면서 겨울이면 어머니가 끓여주신 보리된장국이 그리워 보리싹을 찾으려 재래시장을 찾아 다녀거든요.”라고

고추. 참깨, 고구마 모종을 심어놓고 너무 너무 예쁘구나.”하며 뿌듯해 하신 어머니에게 수확해도 별로 남는 것도 없고 힘들기만 한대요. 하고 내가 말하면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농사는 계산하고 짓는 것이 아니란다.”라고

나는 어머니와 같이 살면서 뙈약볕에서 일하기도 싫지만, 남지도 않는다면서 매일 흙속에서 사는 어머니가 참 힘들었었다. 그런데 이제야 철이 들었는지 어머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봄이 되면 씨 뿌리고. 풀을 뽑고 비가 안 오면 하늘 쳐다보고 비 오길 기다리고, 가을이면 고추 따서 말리고, 참깨 두들겨 떨고, 빈땅만 보면 콩을 심고, 고구마 수확해서 겨울간식을 준비해 얼지 않게 이불 덮어두고, 이웃과 서로 수확량을 비교하고, 농사를 잘 짓는다는 칭찬을 들을 땐 기뻐하시면서 사는 것이 어머니의 삶의 전부였음을~

39세에 홀로되어 가난 속에서 자식 다섯을 굶기지 않으려고 비가 오는 날에도 일하기를 멈추지 못했던 일중독에 걸린 그 분이 계셨기에 오늘에 반듯한 자녀들이 존재함을 잊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중에 참새방지 망으로 참새방지

 

고창 청보리 보리밭 전경
텃밭에서 수확한 마늘

2021년 오월, 참깨 모종을 옮기러 갔다.

모종을 옮기다 참새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황금보리위를 앉으려 하면 어머니는 참깨 심는 것을 멈추고, 밭 가운데 앉아 플라스틱 큰 물통을 장구삼아 둥둥 치시며 훠이훠이를 외치며 참새를 쫒으셨다. 나에게 그 모습은 잊혀지지 않을 한 장의 아름다운 풍경사진이 되어 각인되었다.

펀집장의 글과 허수아비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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